카카오 문화는 30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 최초의 문명을 건설했던올멕족에 의해 시작됐다. 그후 마야ㆍ아즈텍족이 본격적으로 재배했고식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 중남미 사람들은 카카오 열매를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즈음 유행하는 금박지에 싼 동전 모양의 초콜릿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초콜릿 문명이 가장 화려하게 꽃핀 땅은 유럽이었다. 정복자들이 신대륙에서 가져온 이 열매는 유럽 문명의 흥미로운 코드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음식인지 기호품인지 경계가 모호한 초콜릿이 처음 논쟁의 대상이된 것은 16세기 후반이었다. 단식기간에 성직자들이 초콜릿 음료를 많이 마시자 이것이 단식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논쟁이 지속되면서 이 신비한 음료는 오히려 더 빨리 귀족사회에 퍼지기 시작한다. 초콜릿을 흥분제로 인식한 프랑스 궁정에서는 초콜릿을 마시는 게 금지돼 있었지만 왕비와 궁녀를 비롯한 여성들은 그 달콤한 맛에 이끌려몰래 초콜릿을 마셨다.

1600년대 후반 초콜릿에 대한 오해는 극에 달했다. 한 후작 부인이검은 피부를 가진 아이를 낳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검은 피부의 아이를 낳은 후작부인에게 초콜릿 음료를 가져다 주던 하인이 잘생긴 흑인이었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초콜릿이 음란한 먹을거리라는 오해를 사기까지는 '새디즘'의 원조인 사드 백작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대단한 초콜릿 중독자였다. 용서받을 수 없는 성적 문란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수없이 감옥에 드나든그는 음탕한 초콜릿 파티를 자주 열었다. 사람들은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초콜릿 때문에 음란해졌다고 믿었다.

초콜릿은 한동안 계급을 정하는 음식으로서의 기능도 했다. 프랑스의 볼프강 시벨부슈는 음식물을 통한 경제ㆍ사회ㆍ종교적 사회분열을논한 책 '낙원의 맛'에서 초콜릿을 남부 가톨릭 귀족층의 음식으로, 커피를 북부 프로테스탄트 중산층의 음식으로 규정했다.

귀족들은 대부분 초콜릿을 마시며 우아한 아침식사를 즐겼지만 상인들은 커피를 마시며 잠을 참아야 했다. 음악의 신성 바흐는 초콜릿을먹는 취미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초콜릿이 만병통치약 구실을 했던 적도 있었다. 18세기 프랑스의 의사였던 지오반니 비앙키는 발기불능 환자에게 "바닐라나 향료가 들어간 초콜릿을 자주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딱딱하게 굳은 판형 초콜릿이 일반화하면서 초콜릿은 대중적인 먹을거리가 가장 일반적인 선물로 변모한다. 전세계에초콜릿 공장이 들어섰고 대중은 손쉽게 초콜릿을 구할 수 있었다.

음란한 먹을거리라고 여겼던 초콜릿 상자에는 조그만 소녀가 있는귀엽고 순수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1879년에는 우유를 섞은밀크 초콜릿이 스위스에서 발명됐고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이 작은 소읍인 허시(Ｈershey)마을에 초콜릿 공장을 차려 성공을 거두었다. '허시'는 이후 초콜릿의 대명사가 된다.

초콜릿이 대중적인 음식이 되자 이것을 다시 귀족적인 음식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일어났다. 쓴맛이 강한 블랙 초콜릿이 나무통에서오래 숙성된 브랜디와 어울리면 디저트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사실도알았다. '신의 음식'이라 불렸던 고대에서부터 음란한 먹을거리라는 오해를한동안 받고 다시 가슴 떨리는 사람의 선물로 돌아오기까지 초콜릿은30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여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