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처음 등장한 라거(Lager) 맥주는 이름뜻(굴)처럼 기온이 낮은 지하(15도 이하)에서나 양조할 수 있었던 하면발효 방식의 맥주인데 19세기에 들어 효모 연구와 저온 냉장 기술의 개발로 대중화됐다. 라거는 황금색과 맑고 깔끔한 맛에 탄산이 주는 청량감까지 두드러져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현재 세계 맥주회사 대부분의 제품군이 라거인 것도 그 영향이다. 물론 상면발효 방식으로 기존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에일(Ale)의 인기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에일은 특유의 다양한 향과 맛을 찾는 이들에게, 라거는 시원한 청량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라거의 종류에는 대량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공장맥주’가 많은 편인데 그래서 한국 역시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일본 자본의 라거로 맥주의 역사를 처음 시작했다. 1933년 ‘조선맥주’와 ‘소화기린맥주’ 회사가 설립되며 라거 병맥주를 한반도에서 최초 생산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이 민간에 불하해 각각 조선맥주(크라운)와 동양맥주(OB)로 재출발했다가 지금의 하이트맥주와 OB맥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라거 맥주는 영상 7~15"C의 저온에서 7일~12일 정도간 발효 후, 다시 0"C이하에서 1~2개월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러한 라거 맥주 양조 방법은 맥주의 품질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근세에 개발된 보다 우수한 정통 맥주 양조 방법으로, 현재에 이르러는 영국을 제외한 전세계 맥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