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아람 베르나르트의 ‘허영’(Vanitas)이란 유화다. 허영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배니티’(vanity)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림엔 17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의 관심이 모두 표현돼 있다.

오른편에 펼쳐진 도해서는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이 개척한 동인도회사 지도다. 오른편에 자신들이 개척한 국가 이름들이 나열돼 있고, 그 아래엔 자신들의 날인이 찍혀 있다. 왼쪽 밑에 펼쳐진 책은 네덜란드를 지배한 초기 백작들의 역사가 기록됐다.

책상 위엔 피리, 잉크스탠드 그리고 진주가 놓여졌다. 당시 귀족들의 지적이며 물질적인 허영의 상징들이다. 그림의 위쪽엔 지구본이 있다. 왼쪽 지구본은 군사·상업적 정복을 위한 지구본이고 다른 지구본은 동물이나 노예를 착취하기 위한 지구본이다. 그러나 지구본들은 왼쪽에 놓인 매정한 모래시계의 지배를 받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