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19일째를 맞은 이스라엘은 2006년 7월 30일로 오전 1시경 항구도시 티레에서 동쪽으로 16㎞ 떨어진 작은 마을 카나를 폭격했는데 공습으로 무너진 4층짜리 건물의 잔해 속에서는 최소 54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7월 12일 공격이 시작된 이래 단일 공습으로는 최대 규모의 피해다.

절반 이상인 37구의 시신은 잠옷을 입은 어린아이였으며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으스러진 어린아이와 여성의 시신이 TV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은 “공습으로 도로가 끊겨 미처 피하지 못한 건물 지하 등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이 폭격에 희생됐다”며 분노했다.참상이 알려지자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시민 50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성난 군중은 유엔 레바논 본부로 난입해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유리창을 깨고 유엔 깃발을 찢었다.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들끓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프랑스, 영국 서방세계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 비난했다. 이란 외교부의 하미드 레자 아세피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이 전쟁범죄로 기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비극을 겪었는데 이스라엘은 1996년 4월 ‘분노의 포도’ 작전때 카나에 있던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의 피란민 수용소를 공습했다. 피란민 91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밀려 군사작전을 중단했다.

성경속의 카나
‘처참한 학살’이 이뤄진 ‘카나’는 성서에서 예수가기적을 행한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카나’(Qana, 알파벳 번역에 따라 Kana, Cana)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포도주가 떨어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첫 기적을 행한 장소로 널리 알려진 장소이다. 레바논 지명 카나는 당시의 지명 그대로이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행하며, 인류 평화와 구원을 위한 사역을 시작한 장소가 2000년 동족이 이스라엘에 의해 ‘처참한 학살’의 장소로 변한 것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가나의 기적 : 공동번역, 요한의 복음서 2장)
이런 일이 있은 사흘째 되던 날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도 계셨고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계셨다. 그런데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알렸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

유다인들에게는 정결 예식을 행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 예식에 쓰이는 두세 동이들이 돌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마다 모두 물을 가득히 부어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자 예수께서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하셨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다. 물을 떠간 그 하인들은술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잔치 맡은 이는 아무것도 모른 술맛을 보고 나서 신랑을 불러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 하고 감탄하였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